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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는 냉면, 당신을 위한 저녁

8월 26일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6일 전

에릭입니다. 오늘은 냉면 이야기를 잠시 접고, 냉면을 드시는 '당신'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정확히는, 혼자 그 뚜껑을 여는 저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지난 호에서 저는, 당신이 어쩌면 면을 사랑하는 사람일지 모른다고 말씀드렸죠. 그렇다면 오늘은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사랑을, 남이 아니라 당신 자신에게도 베풀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느냐면 — 저희 냉면을 받는 분들 중 많은 분이, 지금 이 순간 혼자 그 상을 마주하고 계실 거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 조용한 저녁에 대해, 오늘은 한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혼자 집에 들어온 저녁


늦은 밤, 혼자 집에 들어온 저녁을 떠올려 보세요. 불을 켜고, 가방을 내려놓고, 냉장고 문을 엽니다. 딱히 뭐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늘 하루도 길었고, 대충 때우고 자도 뭐라 할 사람은 없습니다. 편의점 도시락, 라면, 아니면 그냥 굶고 자기. 혼자 먹는 저녁이란 대개 그렇게, 대충 넘어가도 되는 끼니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그날 당신은, 함흥냉면 한 그릇을 시켰습니다. 오늘은 그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고생했으니까, 이 정도는


혼자 먹는 저녁을 대충 때우는 데엔 사실 대단한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피곤하고, 귀찮고, 나 하나 먹자고 뭘 차리기가 뭐하니까요. 저는 그 마음을 함부로 분석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들 그럴 만한 하루를 보내고 오는 거니까요.


다만 그런 날일수록,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으면 합니다. "오늘 진짜 고생했으니까, 이 정도는 나한테 해줘도 되지 않을까." 거창한 보상이 아니어도 됩니다. 비싼 걸 지르자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라면으로 때우려던 그 저녁에, 오늘 하루 버텨낸 나에게 제대로 된 냉면 한 그릇쯤은 선물해도 된다는 거예요.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니니, 오늘은 내가 나한테 작은 상을 하나 주는 거죠. "수고했다, 이거라도 먹자" 하고요.


나를 대접하는 일


생각해보면 그건 꽤 근사한 일입니다. 남이 봐주는 것도 아니고, 인스타에 올릴 것도 아닌데, 오직 나를 위해 제대로 된 한 그릇을 시키는 것. 그건 "나는 대충 넘겨도 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선언이거든요. 혼자여도 나를 손님처럼 대접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뚜껑을 여는 저녁은, 절대 초라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남에게는 참 잘합니다. 그런데 정작 하루 종일 제일 고생한 나에게는, 보상 한 번 제대로 안 챙길 때가 많죠. 오늘은 그 순서를 한 번 바꿔보셔도 좋겠어요. 오늘 고생한 나부터, 먼저 대접해 주는 겁니다.


혼자 드실 걸 알기에 더


여기서 저희 이야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길주옥은 지금은 배달 전문입니다. 그러니 저희 냉면을 받는 분들 중 상당수가, 지금 혼자 그 뚜껑을 열고 계실 거예요. 마주 앉은 사람도, 지켜보는 눈도 없이요. 바로 그래서, 저희는 더 신경 씁니다.


누군가와 함께 먹는 자리라면, 분위기가 부족한 맛을 조금 덮어줄지도 몰라요. 웃고 떠들다 보면 음식이 좀 아쉬워도 넘어가지죠. 그런데 혼자 먹는 한 그릇은 그렇게 못 넘어갑니다. 오롯이 맛 하나로 승부해야 해요. 면이 불었는지, 육수가 제대로인지, 회가 신선한지 — 혼자 조용히 드시는 그 한 분은 다 압니다. 그러니 저희에게 혼밥 손님은, 가장 정직한 심사위원이자 가장 소중히 모셔야 할 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합니다. 당신이 혼자 뚜껑을 열고 첫 젓가락을 드는 그 순간, 사실 그 상 옆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함께 서 있다고요. 사십 년 장인이 그 새벽에 홍어를 다듬어 무쳐 담았고, 제이가 그 곁에서 거들어 포장했고 — 그리고 지금, 당신이 그 한 젓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을 저희는 멀리서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면이 안 불었을까, 입에 맞으실까" 하고요.


당신 눈에는 그저 배달 온 한 그릇일 겁니다. 마주 앉은 사람도, 지켜보는 눈도 없는 조용한 저녁이겠죠. 그런데 그 그릇에는, 새벽 주방부터 당신의 식탁까지 이어진 여러 사람의 손과 마음이 담겨 있어요. 보이지 않을 뿐, 당신은 혼자 드시는 게 아닙니다. 그 한 그릇 안에 저희가 함께 있으니까요.


혼자 드신다고 대충 담아 보내면, 그건 그 소중한 선택을 배신하는 겁니다. 모처럼 나를 대접하기로 한 그 마음에, 대충 만든 한 그릇으로 답할 순 없으니까요.


오늘의 나를, 대접하세요


그러니 그 보상은, 거창한 게 아니어도 됩니다. 그저 오늘 저녁 한 끼를, 대충이 아니라 제대로 차려 먹는 것. 늦은 밤 혼자라도, 좋아하는 냉면 한 그릇을 앞에 두고 천천히 면 맛을 보고, 회무침을 얹고, 마지막에 온육수를 부어가며 온전히 즐기는 것. 그거면 충분합니다.


상상해 보세요. 고단했던 하루 끝에, 오늘 당신은 무엇을 고르시겠어요? 시원하게 우려낸 진한 육수가 목을 타고 내려가며 속을 뻥 뚫어주는 물냉면일까요? 아니면 칼칼한 양념에 쫄깃한 면을 비벼, 매콤한 한 입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확 풀어버리는 비빔면일까요? 지친 몸을 달래는 시원함이든, 응어리를 터뜨리는 매콤함이든 — 오늘 당신이 당신에게 어떤 걸 선물하기로 하든, 저희는 그 한 그릇을 정성껏 담아 보내고, 당신이 첫 젓가락을 드는 순간을 긴장하며 기다립니다.


혼자 먹는 저녁이 초라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건, 아무도 안 볼 때조차 나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의 저녁입니다. 그리고 그 저녁은, 생각만큼 혼자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신의 한 끼를 지켜보는 손들이 있으니까요.


그러니 오늘, 그런 저녁을 한번 차려보세요. 대충 때우려던 그 손을 멈추고, 오늘 고생한 당신을 위한 한 그릇을 시켜보세요. 혼자 드실 걸 알기에, 저희는 더 정성껏 담아 보내겠습니다. 당신이 그 첫 젓가락을 드는 순간을, 저희는 멀리서 함께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을게요.


길주옥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저널리스트 에릭 드림.


(고백하자면, 저도 취재 없는 날엔 혼자 대충 때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다 보니 오늘 저녁은 저부터 제대로 시켜 먹어야겠네요. 아, 그리고 하나만. 그냥 말없이 주문만 하고 끊지 마시고요, 요청사항 칸에 원하시는 걸 꼭 적어주세요. 다대기 넉넉히, 덜 맵게, 면 좀 더 꼬들하게 — 뭐든 좋습니다. 혼자 드시는 그 한 그릇, 이왕이면 당신 입맛에 딱 맞게 보내드리고 싶으니까요. 물론 저는 늘 '다대기 두 배'라고 적습니다.


제이 님, 이건 취재비 처리 되는 거죠? ㅎㅎㅎ 네에~?)


길주옥 저널은 이틀에 한 번, 복을 짓는 부엌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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