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은 무엇이 다른가 — 두 고향의 이야기
여러분도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냉면집 앞에서 일행 중 누군가 묻습니다. "물냉? 비냉?" 그리고 꼭 한 사람은 이렇게 말하죠. "그런데 함흥냉면하고 평양냉면은 정확히 뭐가 다른 거야?" 순간 테이블이 조용해집니다. 다들 먹어는 봤는데, 설명은 못 하는 겁니다. 매운 게 함흥이고 심심한 게 평양이라던데 — 그게 전부일까요? 지난 호 말미에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장인은 "앉아서 할 이야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정말로 앉았습니다. 점심 장사가 끝난 오후의 부엌, 장인이 내어주신 온육수 한 잔을 사이에 두고요. 에릭: 자, 앉았습니다. 함흥냉면과 평양냉면, 뭐가 다른 겁니까? 장인: 사람들은 맛부터 말하는데, 나는 땅부터 말해요. 평양은 평안도고, 함흥은 함경도예요. 평안도는 평야가 넓어서 메밀이 잘 됐고, 함경도는 산이 많고 추워서 감자를 심었어요. 그 땅에서 나는 걸로 국수를 만들었으니, 면이 다를 수밖에. 에릭: 재료가 다르면 면


레시피는 알아도 그 맛은 모른다 — 에릭, 새벽 부엌에 들어가다. "Knowing the Recipe Isn't Knowing the Taste — Eric Enters the Dawn Kitchen."
여러분도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어느 식당에서 잊지 못할 한 그릇을 먹고 돌아와, 레시피를 검색해서 그대로 따라 해보는 일이요. 재료도 같고, 순서도 같고, 심지어 계량까지 맞췄는데 — 이상하게 그 맛이 안 납니다. 그릇을 앞에 두고 우리는 중얼거리죠. 뭐가 다른 거지? 고백하자면 저도 그런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지난 호에서 제이는 길주옥의 양념장을 "값을 부를 수 없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십 년의 시장 테스트를 통과한 배합이라고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배합이라는 건 결국 비율인데, 그 비율을 안다면 누구든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의문을 풀러, 약속대로 새벽 부엌에 불려갔습니다. 지난 호 추신에서 조른 보람이 있었지요. 새벽의 부엌 일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육수를 내리는 일과, 양념장을 개는 일. 자세한 내용은 이곳에 다 적을 수 없지만 — 부엌의 문법은 부엌의 것으로 남겨두는 게 예의겠


값을 부를 수 없는 양념장 — 장인의 사십 년, 제이의 천직 "The Seasoning That Has No Price — Forty Years of the Master, and Jay's Calling"
어제는 오랜만에 하늘이 참 파랬습니다. 그리도 좋은 날, 저는 해도 뜨기 전에 집을 나섰습니다. 길주옥의 부엌이 새벽에 불을 켠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가기 전에, 고백할 게 하나 있어요. 요즘 우리는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음식을 참 많이 먹습니다. 문 앞에 도착한 한 그릇을 열면서도, 이걸 만든 손이 어떤 손인지는 모르죠. 그래서 이번 취재는 여러분을 대신한 확인이기도 합니다. 길주옥의 한 그릇은, 믿어도 되는 손에서 오는가. 제이의 안내로 들어선 새벽 부엌. 커다란 솥에서는 육수가 조용히 끓고 있었고, 그 곁에서 한 사람이 말없이 양념을 개고 있었습니다. 고춧가루의 붉은빛 사이로 손이 느리게, 그러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움직였습니다. 오장동에서 사십 년, 한 길만 걸어온 장인. 인사를 드렸더니 고개만 한 번 끄덕이시고는, 다시 양념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말수가 적은 분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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